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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자카르타] 노란 움직인 '피겨여왕' 김연아의 한마디,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피겨 여제' 김연아가 선수 시절 한 방송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스트레칭을 할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나"라는 질문에 시크하게 "그냥 한다"라고 답한 모습이 하나의 '짤방'으로 박제돼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김연아의 반응처럼 무심코 웃어넘길 법한 말이었지만, 정관장의 주전 리베로 노란은 달랐다. 그는 "생각을 비우게 된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노란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2022년 아킬레스건 부상 이후 처음으로 뛰는 풀타임 시즌이었지만 초반부터 크게 흔들렸다. 1라운드 당시 그의 리시브 효율은 24.18%. 주전 리베로에게 기대할 만한 성적은 결코 아니었다. 노란은 당시를 두고 "생각보다 배구가 너무 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멘털적으로 크게 무너졌던 것 같다. (부상 복귀 후 첫 풀타임 시즌이라는) 부담감에 짓눌려 있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노란은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의 조언에 따라 명상과 명언 듣기를 반복한 게 도움이 됐다. 여러 영상을 찾아보던 노란은 김연아의 '그냥 해' 영상에 꽂혔다. "배구가 잘 안될 때 이런저런 생각이 너무 많았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지고 혼란스러웠다"라고 당시를 돌아본 노란은 "김연아의 말처럼 '그냥 해보자'라고 단순히 생각한 순간부터 마음이 편해지고 배구가 잘되기 시작했다. 생각을 비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7년 만에 오른 플레이오프(PO)에서도 '그냥 해' 마인드는 빛을 발했다. 2016~17시즌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선 정관장 선수들은 PO 1차전서 긴장감 역력한 모습으로 경기를 하다 패했다. IBK기업은행(2012~2016년)에서 여러 차례 봄 배구 경험을 했던 노란도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의 포스트시즌에 들떴었다.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하지만 대전 홈으로 돌아온 2차전에선 승리했다. 노란뿐만 아니라 선수단 모두가 '그냥 해' 마인드를 장착했다. 노란은 "(염)혜선 언니가 선수들에게 '어떤 결과를 얻든 후회없이 하자'고 격려한 게 선수단을 움직인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비록 챔피언 결정전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노란을 비롯한 선수들은 긍정적이었다. 그는 "'조금만 더 잘하면 우승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된 시즌이다"라며 활짝 웃었다. 우여곡절을 딛고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한 노란은 FA(자유계약선수) 재계약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3번째 FA 자격을 얻은 그는 1억8000만원(연봉 1억5000만원·옵션 3000만원)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정관장에 남았다. 노란은 "지금 이 멤버들과 다시 한번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면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에 주저 없이 계약을 맺었다. 혜선 언니를 비롯한 선수들 케미가 너무 좋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다만 새 시즌엔 달라진 점이 있다. 단짝과도 같았던 염혜선-노란-이소영 트리오에서 이소영이 빠진 것이다. 함께 FA 자격을 얻은 이소영은 IBK기업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노란은 "누구 한 명이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다른 두 명이 먼저 다가와서 '우리가 더 해줄게'라고 말하며 서로를 격려했던 사이다. 그래서 (이)소영이가 빠진 게 조금 아쉽긴 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그래도 혜선 언니라는 든든한 기둥이 있고, 힘이 돼줄 좋은 선수들이 팀에 있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표승주가 새롭게 합류한 것도 노란에겐 큰 힘이다. 노란은 "(표)승주 언니는 고등학교(한일전산여고) 2년 선배다. 평소에 함께 뛰고 싶었는데 이렇게 같이 뛰게 돼서 기쁘다"라면서 "좋은 멤버들과 좋은 케미로 재밌게 배구하면서 더 높은 곳(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윤승재 기자 2024.04.1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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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통합 4연패] 새 역사 이끈 틸리카이넨 감독 "우린 다음 시즌도 질 생각이 없다"

토미 틸리카이넨(37) 대한항공 감독이 V리그 외국인 감독 역사를 다시 썼다. 역대 최초 기록을 만든 사령탑으로 남았다. V리그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은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의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20~21시즌부터 4연패. 사상 최초 기록을 세웠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전임 로베트로 산틸리 감독에 이어 통합 우승을 이끈 두 번째 감독이었다. 이날 외국인 선수 최초로 부임 3연패를 이끌었다. 우승 축하 세리머니를 마치고 인터뷰를 소화한 틸리카이넨 감독은 가장 치열했던 3차전에 대해 "OK금융그룹 홈경기였기 때문에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끝까지 버텨냈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도 잘 해냈다. 많은 선수가 득점을 한 것도 고무적이다. 탄탄한 선수층으로 새 역사를 만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틸리카이넨 감독은 "배구팬, 구단주님, 대한항공 사무국, 코칭 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이 모두 원한 목표(통합 4연패)를 해내서 정말 기분이 좋다"라는 소감도 전했다. 4연패를 해낸 대한항공의 다음 목표. 당연히 최초 기록을 이어가는 것이다. 통합 5연패 얘기다. 이에 대해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는 다음 시즌도 질 생각이 없다"라고 웃어 보였다.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생각이다. 그는 "좋은 조미료를 첨가 해야 더 좋은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틸리카이넨 감독 부임 뒤 대한항공은 창의적인 배구가 정착했다는 평가다. 당장 4연패를 확정한 포인트가 그랬다. 대항항공은 5세트 14-13, 1점 앞선 상황에서 세터 유광우 대신 미들블로커 조재영을 투입했다. 수비 혼전 상황에서 마침 조재영에게 토스 타이밍이 왔고, 그가 다른 미들블로커 김민재와 속공 득점을 합작했다. 조재영은 원래 세터 출신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오픈 마인드로 '호기심 배구'를 받아줬다. 훈련할 때 했던 게 경기에 이어졌다"라고 설명하며 "마지막 포인트는 나도 놀라웠다"라고 웃었다. 4시즌 연속 왕조를 지킨 대한항공. 다음 시즌에는 주포 임동혁이 군 입대로 이탈하는 변수를 막아야 한다. 30대 후반에 들어선 베테랑 선수들의 에이징 커브도 고려해야 한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번 시즌 가장 긍정적인 점은 주전들의 부상으로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고 성장했다는 점"이라는 말로 다음 시즌 수성 의지를 대신했다. 안산=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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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도 포기하게 했던 '리틀 이종범' 재능, 사령탑도 믿는다 "KIA도 ML에 선수 보내길"

"KIA 타이거즈도 메이저리그(MLB)에 보낼 선수가 한 명 나와주면 정말 좋지 않겠습니까."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KBO리그 레전드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선수 시절 3루수였던 그는 통산 2001경기에 출전해 1727안타와 329홈런을 때려냈다. 수많은 기록을 쌓았지만, 이 감독은 사실 선수 시절 '1인자'로 꼽히던 유형은 아니었다. 대신 오랜 시간 활약한 만큼 또 다른 천재도 많이 봤다. 한화 후배였던 김태균 현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이 그랬고, MLB로 향한 류현진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또 다른 한 명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이정후는 2017년 키움 히어로즈에서 데뷔해 지난해까지 7시즌에 걸쳐 통산 타율 0.340(역대 1위)을 쌓고 MLB로 향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포스팅 기준 역대 최고 규모인 1억 1300만 달러를 받은 그는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 빠르게 적응해 활약 중이다.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는 데뷔 첫 홈런까지 쳤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샌디에이고의 왼손 필승조 톰 코스그로브로 그는 지난해 54경기 7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75를 기록했다. 왼손 타자들에게는 '저승 사자'나 다름 없는 왼손 사이드암스로였다. 이정후 역시 KBO리그 시절 비슷한 유형인 브룩스 레일리(전 롯데 자이언츠)에게 취약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이날 코스그로브가 던진 스위퍼를 통타, 펫코파크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범호 감독은 이정후의 활약에 놀라지 않았다. 이 감독은 "미국(MLB)이 괜히 그렇게 큰 돈을 준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이 감독에게 야구 후배인 동시에 팀 선배의 아들이기도 했다. 한화에서 뛰다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친 이 감독은 지난 2011년 KIA로 이적했다. 당시 KIA엔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전 코치가 뛰었고, 이 코치는 1년 후인 2012년 초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이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면서 "내가 KIA에 왔을 때 (이종범 코치의) 은퇴식에도 이정후가 왔었다. 초등학생 이정후가 경기할 때도 구장에 왔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선수로서, 코치로서 지켜 본 이정후 기억도 강렬했다.이범호 감독은 "이정후가 키움에 입단한 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나 생각했다"며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왔지만, 저렇게 빨리 올라가기가 참 어렵다. 그런 것을 보면 진짜 대단하다"고 칭찬했다.이범호 감독은 이정후를 두고 "잘하는 선수들은 빨리 (해외로) 나가야 한다. 우리 잘하는 선수들만 남으면 좋겠다"며 장난 어린 미소를 지었다. 농담 이후 진담을 꺼냈다. 이정후만큼 이종범 코치를 떠올리게 한 김도영(KIA) 때문이다. 이 감독은 "그 나이에 김도영만큼 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팀으로서, 또 감독으로서도 김도영이 잘 성장해 좋은 선수가 됐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 KIA도 MLB에 보낼 선수가 한 명 나온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기대했다.이범호 감독의 말처럼 김도영은 MLB 진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광주동성고를 졸업한 김도영은 2022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했다. 당초 KIA 1차 지명에 유력했던 건 이미 155㎞/h 강속구를 뿌리는 문동주(한화 이글스)였다. 하지만 KIA는 강속구 투수는 매년 나와도 김도영과 같은 5툴 플레이어 유격수는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 김도영으로 지명 선수를 최종 낙점했다.실제로 김도영의 재능은 엄청났다. 빠른 발은 이종범 코치 선수 시절 못지 않고, 수비 범위와 어깨도 강력하다. 지난해 부상으로 출전 경기는 적으나 타격에서도 재능을 확인했다. 84경기에만 출전했으나 타율 0.303 7홈런 25도루로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풀 시즌이라면 15홈런과 50도루를 해낼 수 있는 성적표였다.이범호 감독은 "모든 팀들이 그런 선수들이 나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팬분들도 마찬가지다. 팀마다 흥행을 시킬 수 있는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맞대결을 펼칠 때 재미도 있다. 좋은 선수들이 계속 성장해서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한동안 KBO리그에는 '세대 교체'가 막혔다는 우려가 퍼졌다. 베이징 올림픽,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10년 전 프로야구 중흥기를 이끈 세대들이 여전히 KBO리그 주축이고, 새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린 선수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국가대표에서도 20대 선수들이 주축이 돼 연속선 상에서 세계 무대를 경험 중이다. 이정후를 필두로 MLB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도 점점 늘어난다.이범호 감독은 "젊은 선수들 중에 빨리 성장하는 친구들을 보면 '와 나는 저렇게 안 되던데 어떻게 젊은 선수들이 저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많이 달라졌길래 20살, 21살인 어린 친구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지. 내가 그 나이 때는 그런 일이 많이 없었다.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지금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떠올렸다. 이 감독이 꼽은 포인트는 목표 의식이다. 그는 "나는 진짜 주전으로 나간 게 2004년(프로 5년차)부터다. 그 이전에는 100경기씩 뛰었어도 타석 수가 200~300타석 안 되게 들어갔다"며 "나는 그때 생각했던 게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들어왔으니까 내 친구들이 대학에 있는 4년 안에는 어떻게든 성공하자 이 마인드로 갔는데, 그때가 진짜 5년째 되는 해였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목표가 4년이었듯, 어린 선수들도 어떤 목표 의식을 가지느냐에 따라 미래도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그런 목표 의식을 잡고 움직이면 어떤 선수든 좋은 목표 의식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0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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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이적료 수익만 818%↑…김병지 대표 “역대급 성과, 비결은 긍정 마인드”

지난해 가까스로 K리그1에 잔류한 강원FC. 성적표만 두고 보면 웃을 수 없지만, 그 외 수익 등 여러 부분에서는 ‘역대급’ 성과를 거뒀다. 김병지 강원 대표와 직원들이 끊임없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강원은 2022년과 비교해 2023시즌 수입이 입장권(419%) 상품화 사업(157%) 이적료(818%)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적료 수익은 2008년 창단 이후 15년 만에 역대 최고액을 달성했다. 최근 본지와 만난 김병지 대표는 “(티켓의) 객단가를 올리는 데 신경 썼다. 경기장 외곽, 상부 지역을 고급화해서 스페셜 존을 많이 만들었다. (경기장 내) 쾌적한 환경을 만들면서 팬들이 가족, 연인, 지인 등 자기 공간을 공유하도록 했고, 호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돌아봤다. 요체는 역시 관중 증대다. 2023년 강원의 홈 경기 평균 관중은 6462명. 2022시즌(2165명)보다 약 3배가량 뛴 수치다. 종전보다 많은 팬이 강원 구장을 찾은 이유는 축구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둔 것도 있지만, 구단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주효했다. 일례로 2023시즌에만 홈 경기 경품으로 자동차(캐스퍼) 3대를 거는 등 마케팅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했다. 과감한 투자는 더 큰 이익으로 돌아왔다. 입장권 수익이 늘어나고 MD 상품 판매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김병지 대표는 “마케팅 전략을 잘 세워서 성과가 나온 것 같다. 홈 경기 사업팀과 시너지도 났다”며 “(마지막 홈 경기에서) 차를 받아 간 분이 아이 엄마였다. 그때 그 가족이 유니폼을 다 입고 경기장에 왔다고 하더라. 너무 잘된 이벤트였다. (그들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을 것이며 우리의 평생 고객이 될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지난해 유독 큰 수익이 창출된 것은 이적료다. 구단 간판스타였던 양현준의 셀틱 이적이 구단 살림에 큰 도움이 됐다. 당시 김병지 대표는 셀틱과 줄다리기 끝에 최종 275만 유로(39억4300만원)까지 받아냈다. 애초 셀틱이 200만 유로(28억6800만원)를 제시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큰 금액이다. 강원은 그 덕에 여름 이적시장에서 후반기 주전으로 활약하며 1부 리그 잔류를 이끈 가브리엘(브라질)을 품을 수 있었다. 양현준의 해외 도전을 막는다고 비판받았던 김병지 대표는 “강원 대표로서 선수 성장과 구단의 이익을 다 챙겨야 했다. 양현준과 우리를 위하고, 셀틱도 이익을 가져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역대급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한 김병지 대표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결국 생각을 만들고, 목표를 향해 뛰게 만든다. (어떤 일에 있어) ‘NO’라고 하면 절대 안 뛰게 된다”고 비결을 전했다. 물론 100% 만족했던 한 해는 아니었다. 사무국에 공은 돌린 김병지 대표는 아쉬운 점으로 구단 직원들의 이직을 꼽았다. 그는 “사무국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올해는) 선수단보다 사무국 직원에게 힘을 실어줄 이유가 생겼다. 직원의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방면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성적’이다. 김병지 대표는 “2024년에는 스쿼드가 안정될 것이다. 성적에 관해서 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김희웅 기자 2024.01.0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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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패장] '극대노' 최태웅 감독 "진정한 프로 강조...말로는 안 될 것 같다"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3연승에 실패했다. 사령탑 최태웅(47) 감독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24-26, 17-25, 16-25)로 완패를 당했다. 시즌 12패(4승)째를 당했고, 승점 추가에 실패하며 그대로 15에 머물렀다. KB손해보험과의 2라운드 1차전에서 승리한 뒤 내리 6연패를 당했던 현대캐피탈은 3라운드 2차전이었던 9일 OK금융그룹전, 이어진 14일 KB손해보험전에서 승리하며 모처럼 2연승을 거뒀다. 이 경기 1세트도 후반까지 대한항공을 제압했다. 하지만 1세트 대역전극을 허용한 뒤 급격하게 무너졌다. 18-23에서 상대 주전 세터 한선수,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에스페호 마크에게 연속으로 블로킹을 당했고, 23-24에서는 연속 범실로 역전까지 내줬다. 25-24에서도 아흐메드 이크바이리의 백어택이 라인을 벗어나며 1세트를 내줬다. 이후 2세트는 내내 무기력했고, 3세트는 중반까지 3~4점 차 리드를 유지했지만, 중반 이후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경기 뒤 최태웅 감독은 침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총평을 묻는 말에 경기 내용보다는 선수들의 멘탈을 꾸짖었다. 선수들의 멘털에 실망감이 매우 큰 모습이었다. 최 감독은 "진정한 프로 선수가 돼야 한다는 말을 끈임 없이 하고 있다. 하지만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했다. 이어 패인에 대해서는 "결국 실력 부족이다. 경기장에서 부담감과 압박감이 있는 것도 처음에는 마음이 여릴 수 있다고 봤지만, 결국에는 실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태웅 감독의 화는 젊은 선수들을 향해 있다. 그는 "이름만 국가대표팀에 들어가 있는 선수들이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자신이 그런 선수들에게 기회를 계속 부여하는 게 한국 배구 발전을 망치는 일은 아닌지 의구심을 전하기도 했다. 침체기에 있던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 부임 뒤 다시 명가를 재건했다. 한동안 리빌딩 여파가 있었지만, 지난 시즌 다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대한항공과 치열한 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최태웅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선배들이 큰 노력을 통해 만든 성과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현대캐피탈에 오면 '당연히 우승을 한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는 속내를 전했다. 선수의 성장을 위해 시스템을 갖추고,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여러 변화를 줬다고 자부한 최태웅 감독. 이제 선수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다그칠 생각이다. 최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일어설 수 있는 정신력·열정·투지가 필요해 보인다"라며 강한 훈련 지도를 예고했다. 인천=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2.17 20:10
메이저리그

'천재'를 집어삼킨 MLB, 亞 내야수 지옥에서 살아남은 KIM

마쓰이 가즈오(48)는 일본 프로야구(NPB)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다. 1997년부터 7년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한 그는 이 기간 7년 연속 NPB 베스트 나인(유격수)으로 뽑혔다. 2002년에는 NPB 스위치 타자로는 사상 첫 '트리플 쓰리(3할-30홈런-30도루)'를 해냈고 1998년 퍼시픽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1995년 신인 마쓰이와 한솥밥을 먹은 외국인 타자 디린 잭슨은 "마쓰이는 힘과 컨디셔닝, 스피드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다른 선수를 능가했다"고 극찬했다.마쓰이는 2003년 12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다. 그에게 유니폼을 입힌 뉴욕 메츠는 주전 유격수 호세 레이예스의 포지션을 2루로 전환, 마쓰이의 자리를 보장했다. 영입에 공을 들였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마쓰이는 수비는 물론이고 타격마저 제대로 되지 않았다. MLB 통산(7년) 홈런이 32개로 연평균 4.6개에 그쳤다. 계륵으로 전락한 그는 2010년 11월 NPB로 돌아갔다. 마쓰이의 실패 이후에도 적지 않은 일본 내야수가 MLB 문을 두드렸다. 이와무라 아키노리·니시오카 쓰요시·가와사키 무네노리 등이 태평양을 건넜는데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 출신 빅리그 통산 최다 안타 1~3위는 스즈키 이치로(3089개) 마쓰이 히데키(1253개) 아오키 노리치카(774개) 순이다. 세 선수 모두 포지션이 외야수. 그만큼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MLB에서 롱런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그런 면에서 김하성의 활약은 놀라울 수준이다. 김하성은 올 시즌 152경기에 출전,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351)과 장타율(0.398)을 합한 OPS는 0.749. 장타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적재적소 활약하며 MLB 진출 3년 차에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그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건 수비 때문이다. 주 포지션이 2루수지만 유격수와 3루수로 출전하더라도 물 샐 틈이 없다. 세 포지션 모두 DRS(Defensive Run Save)가 플러스. DRS는 수비로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0(평균)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수비력이 좋다는 의미다. 그 결과 지난 19일 내셔널리그(NL)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GG) 후보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일본이 내야수들은 대체로 인조 잔디에 익숙하다. MLB 구장은 대부분 천연 잔디여서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빅리그 3년 차가 되면서 리그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모습이다. 타석에서는 이전처럼 크게 돌리지 않고 심플하게 스윙이 바뀐 느낌"이라면서 "수비는 이렇게까지 잘할 거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노력을 많이 한 거 같다. 젊었을 때 미국에 간 게 도움이 될 거다. 나이를 먹으면 자기 패턴을 바꾸기 쉽지 않은데 김하성은 그런 면에서 낫다"고 말했다.유기적인 플레이를 하려면 다른 내야수들과의 소통도 필수다. 잭슨은 "19살 때 마쓰이는 매우 수줍음이 많았다. 영어를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사교적이지 않았다"며 "마쓰이가 미국에 갔을 때 나이가 스물여덟 살이었다. 일본에서 스타가 돼 강한 압박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적극적으로 선수단에 녹아들었다. 경기 중에는 세리머니를 함께 하며 흥을 돋운다. 송재우 위원은 "마쓰이는 공격에 수비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완전히 다 무너졌다. 애를 많이 먹었는데 (적응 측면에서) 김하성은 마인드가 좀 다른 거 같다"고 평가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0.29 10:50
프로야구

김태형의 주문 "착각은 금물, 몸으로 느끼고 한계를 경험하라"

"스스로가 강해져야 상대를 이길 수 있다."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이 선수단 상견례에서 가장 먼저 꺼낸 한마디였다.김태형 감독은 25일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상견례에 참석해 선수단을 마주했다. 이날 상견례에는 예비 FA(자유계약선수) 전준우와 안치홍을 제외한 1~2군 선수 60여 명과 코치 20명, 프런트 20명 등 총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 선수들이 도열해 신임 감독을 맞이했다. 김태형 감독도 밝은 얼굴로 마주했다. 김 감독은 "팀으로 봐선 아쉬운 한해였다. 선수들도 자기 기록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본인이 강해져야 상대를 이길 수 있다. 선수 개개인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밖에서 볼 때 롯데는 충분히 열정적이고, 잘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다만 어떤 한순간의 고비를 못 넘겼는데,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해봤으면 한다. 더 이상 긴 얘기는 하지 않을 테니 같이 호흡을 잘 맞춰서 내년엔 좋은 결과를 만들자"고 덧붙였다. 1분 30초 남짓의 짧은 인사말을 마친 김태형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자기 생각을 밝히는 동시에 선수단에 추가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흔히 슬럼프에 빠지면 머리로만 고민하는 선수가 많다.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정말 몸으로 싸워 피부로 느끼는 선수가 흔치 않다.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롯데는 최근 드래프트에서 젊은 유망주를 대거 뽑았고, 신예 육성에 성과를 내고 있다. 새 사령탑은 현실 안주를 경계했다. 김 감독은 "백업으로 있다가 1군 주전급으로 올라온 젊은 선수들은 내년엔 더 잘할 것 같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면서 "조금씩 (팬들에게) 얼굴이 알려지면서 (겉멋이 들곤 하는데) 어느 정도 실력이 증명된 베테랑이 아니라면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야구로 몸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태형 감독은 코치 인선에 한창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영입이 확정된 코치가 있고, 소속팀이 포스트시즌(PS) 진출팀 소속이어서 발표할 수 없는 인물들도 있다. 그 가운데 배영수 퓨처스(2군) 총괄코치가 이날 가장 먼저 김태형 감독과 악수했다. 두산에서 감독과 선수로 함께한 인연이 있다. 김태형 감독은 "배영수 코치는 알아서 잘하겠죠. 최고의 열정을 가진 코치"라며 "마무리 캠프에서 오후에는 선수 개인별 맞춤형 보강 훈련이 이뤄질 거다. 그래서 코치진이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이날 유니폼을 입고 본격적으로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기 전에 예정보다 오래 코치진 미팅을 가졌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코치, 선수, 프런트 100여 명과 악수했다. 한동희가 손을 내밀자, 김태형 감독은 악수하면서 볼을 쓰다듬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한동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성적 부진 탓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엔 아무리 못해도 올해보다는 잘하지 않겠나. 그런 마인드로 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올 시즌 108경기에서 타율 0.223 5홈런 32타점으로 부진했던 한동희는 "더 잘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라고 웃으며 "감독님이 오셔서 더 배우고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오늘 상견례에서 만난 새 얼굴 중에 인상 깊은 선수가 있었나'라고 묻자, 김태형 감독은 주저 없이 "진갑용 아들"이라고 말했다. 진갑용 KIA 수석코치의 큰아들 진승현은 2022년 2차 2라운드 14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올 시즌 1군 24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5.86을 올렸다. 김태형 감독은 1990년 OB 베어스 대졸 신인으로 입단해 1997년 입단한 진갑용 코치와 2년간 한솥밥을 먹은 적 있다. 김태형 감독은 "진갑용 아들(진승현)이 아기 때부터 봤다"라고 반기며 "이제 죽었어"라고 농을 던졌다. 상동=이형석 기자 2023.10.26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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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의 상견례, 한동희는 볼 터치 진갑용 아들은 "각오해"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이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졌다.김태형 감독은 25일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상견례에 참석해 선수단을 마주했다. 이날 상견례에는 예비 FA(자유계약선수) 전준우와 안치홍을 제외한 1~2군 선수 60여 명과 코치 20명, 프런트 20명 등 총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 선수들이 도열해 신임 감독을 맞이했고 김태형 감독도 밝은 얼굴로 마주했다. 김 감독은 "팀으로 봐선 아쉬운 한해였다. 선수들도 자기 기록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본인이 강해져야 상대를 이길 수 있다. 선수 개개인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밖에서 볼 때 롯데는 충분히 열정적이고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다만 어떤 한 순간의 고비를 못 넘겼는데,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해봤으면 한다. 같이 호흡을 잘 맞춰서 내년엔 좋은 결과를 만들자"고 자신감을 실어줬다. 이후 김 감독은 코치, 선수, 프런트와 차례대로 빠짐없이 100여 명과 악수를 했다. 이때 한동희가 손을 내밀자 김태형 감독은 악수하면서 한동희의 볼을 툭 쳤다. 한동희는 올 시즌 108경기에서 타율 0.223 5홈런 32타점으로 부진했다. 개인 첫 3할 타율을 달성한 전년과 대비해 홈런(14개)과 타점(65개)이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포스트 이대호'로 관심을 받았지만, 3년 연속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김태형 감독은 해설위원 시절에도 한동희를 주목하며 자주 언급했다. 김 감독은 이날 "올 시즌 한동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본인 스스로도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엔 아무리 못해도 올해보다는 잘 하지 않겠나. 그런 마인드로 임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한동희는 김 감독의 볼 터치에 대해 "더 잘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라고 웃었다. 이어 "더 배우고 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오늘 상견례에서 만난 새 얼굴 중에 인상 깊은 선수가 있었나'라는 말에 "진갑용 아들"이라고 말했다. 진갑용 KIA 수석코치의 큰아들 진승현은 2022년 2차 2라운드 14순위로 입단했다. 올 시즌 1군 24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5.86을 올렸다. 김태형 감독은 1990년 OB 베어스 대졸 신인으로 입단해 1997년 입단한 진갑용 코치와 2년간 한솥밥을 먹은 적 있다. 이후 코치와 선수, 감독과 코치로 현장에서 자주 만났다. 김태형 감독은 "진갑용 아들(진승현)이 아기 때부터 봤다"라고 반기며 "이제 죽었어"라고 농을 던졌다. 김 감독은 "백업으로 있다가 1군 주전급으로 올라온 젊은 선수들은 내년엔 좀 더 잘할 것 같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면서 "어느 정도 실력이 증명된 베테랑이 아니라면 웨이트 트레이닝 보다는 야구로 몸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상동=이형석 기자 2023.10.2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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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조범현 감독 "데이터는 기본, 더 중요한 건 타자의 반응"

“세상을 보는 시선이 넓어지더라. 인간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다.” ‘왜 포수는 특별한 포지션인가’라는 물음을 던지자, 조범현(62) 전 KT 위즈 감독이 전한 말이다. 50년 넘게 포수로서, 또 포수 지도자로 살아온 그는 평생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었다. 조 전 감독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포수의 고뇌, 동료와 코치진의 가교 역할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돌아봤다. 그는 “감독·코치에게 가장 많이 혼나는 포지션이 포수 아닌가. 그만큼 할 일이 많다는 얘기”라며 웃었다.조범현 전 감독은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출범 원년(1982년)부터 프로야구 무대를 누볐다. 선수 시절 강한 어깨를 갖춘 ‘수비형 포수’였다. 3할만 넘겨도 수준급이라고 인정받는 도루저지율 부문에서 조 감독은 통산(11시즌) 0.374의 기록을 남겼다. 3시즌(1984~1986) 연속 5할 대를 기록하기도 했다.조범현 감독은 지도자로 더 빛났다. 1993년부터 쌍방울 레이더스 배터리 코치를 맡아 이후 한국 야구 대표 포수로 성장하는 박경완(현 LG 트윈스 코치)을 지도하는 등 후진 양성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KIA 타이거즈, KT 위즈 사령탑도 맡았다. 2009시즌 KIA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며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첫 번째 야구인으로 남기도 했다.조범현 전 감독의 리더십을 압축하는 용어가 ‘데이터 야구’다. 선수 시절 포수로서 얻은 지식과 지혜, 직관과 인내가 융합한 덕분이었다. 그에게 포수를 물었다. 데이터와 순발력이 만드는 공 배합 선수 시절을 돌아본 조범현 전 감독은 “나는 기록을 유독 많이 연구하는 편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 졸업 뒤 바로 프로 무대에 입문, 선배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메이저리그(MLB)는 투수, 일본 야구는 포수가 공 배합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 시절 한국 야구는 대체로 연차(선·후배 관계)나 경험으로 그 양상이 갈렸다.투수보다 어린 조범현 전 감독이 자신이 생각하는 공 배합을 실현하려면, 선배 투수들에게 신뢰를 줘야 했다. 그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선수들에겐 기록지 한 장 달랑 넘어오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항목을 짜서 매일 체크해서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었다. 그걸 선배에게 보여주고 얘기를 나눴다. ‘쟤는 공부를 많이 하는 포수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라고 돌아봤다.입장이 바뀌어도 마찬가지였다. 훗날 베테랑 포수가 된 조범현 전 감독은 공 배합을 잘 알고, 상대 타자의 성향과 데이터를 제대로 파악하는 투수의 의견을 존중해 줬다.그런 조범현 전 감독도 ‘좋은 공 배합’을 정의하지 못한다. 그는 “정답이 있다면 이미 한국 야구에서 퍼펙트게임(9이닝 동안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경기)이 나왔을 것”이라며 “결국 상황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게 공 배합의 핵심이다. 포수는 스코어와 주자 유무·볼카운트 심지어 바람이 부는 방향까지 모두 염두에 두고 손가락을 펴야(사인을 내야) 한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조범현 전 감독이 유독 강조하는 부분은 ‘타자 중심’ 배합이다. 데이터를 토대로 사전에 필요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실제타자와 싸울 때의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급적 (투수에게) 초구는 몸쪽으로 붙이는 직구 또는 바깥쪽 변화구를 주문한다. 타자의 반응을 보고 그의 노림수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배트를 쥔) 팔이 열리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여기에 파울 타구 방향과 속도에 따라 스윙 타이밍 또는 타격 컨디션을 가늠하기도 한다. 우타자 기준으로 3루 선상으로 향하면 타이밍이 빠르다고 볼 수 있다. 파울이 백네트로 향하면 타이밍이 맞아 들어가고 있으니, 다른 로케이션이나 구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좋은 공 배합을 정의할 수 없지만, 기본 틀에서 벗어나는 사인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조범현 전 감독은 “박빙 상황에서 이승엽(현 두산 감독)이나 이대호(은퇴)에게 정면 승부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이 도루할 가능성은 낮으니, 볼넷을 내주는 걸 염두에 두고 공 배합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1사 주자 3루 상황이라면 어떤가. 외야 플라이로도 1점을 내줄 수 있다. 삼진이나 땅볼 유도가 최선이다. 이 경우 투수가 높은 공을 던져, 내야 뜬공이라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도, 나는 포수에게 ‘외야 뜬공이 될 수 있었으니 그 선택은 위험했다’라고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려로 쌓는 투수와의 신뢰 모든 변수를 고려해 공 배합을 이끌어도 안 좋은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 때로는 투수가 원하는 대로 사인을 냈다가 안타나 홈런을 맞기도 한다. 감독·코치에게 야단을 맞는 건 대체로 포수다.조범현 감독도 ‘동네북’ 신세를 겪었다. 투수와의 신뢰가 흔들리는 결과가 많아지면 크게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도자가 된 뒤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나눌 수 있도록 내부 방침을 세웠다.조범현 전 감독은 “컨트롤 미스(투수 책임)와 공 배합 미스(포수 책임)를 명확히 나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구에 스윙 타이밍이 늦는데 변화구 사인을 냈다가 (안타·홈런을) 맞으면 그건 공 배합 실수다. 반대 투구(포수가 요구한 코스의 반대로 던지는 공)가 되면 그건 투수 문제”라고 설명하며 “투수는 안 좋은 결과를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 ‘포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 더 안 좋다. ‘내 미스’라고 인정할 수 있도록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해놓는 게 바람직했다”라고 전했다. 물론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다.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서로 배려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두는 게 핵심이다. 야구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대화만큼 효과적인 소통법이 없다는 걸 조범현 전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때로는 이를 위해 투수가 포수에게 ‘마음의 부채’를 갖도록 유도했다. 조 전 감독은 “투수의 미스가 명확한 상황에서도, 포수 박경완을 일부러 질책할 때가 있었다. 그걸 보고 미안한 마음이 생긴 투수가 나중에 (박경완에게) 밥을 사면서 더 대화를 나누더라. 선수 시절 포수였기 때문에 이런 심리 상태를 잘 안다. 이런 개입이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라며 웃었다. 조범현 전 감독은 "포수는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했다. 배터리 사이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쪽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포수가 투수를 아우르는 경우가 더 많다. 조 전 감독은 “투수들의 개성을 두루 헤아리며 마인드 컨트롤을 도와주는 것도 포수의 몫”이라며 “포용력도 포수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했다. 자신이 선수 생활 아쉬웠던 점, 좋은 포수로 성장한 후배들을 보며 정립한 생각이다. 조범현 전 감독은 프로를 꿈꾸는 후배 포수들을 향해 “여러 사람과 소통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보니 아구장 밖에서 다른 분야 사람을 만날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중간에서 난처할 때가 많다 보니 인내심도 생긴다. 돌아보면 그 덕분에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조범현 전 감독이 웅변한 포수론은, 곱씹을수록 인생의 지혜 같았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일간스포츠가 8회에 걸쳐 '포수의 신(信)'을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대표 포수들이 투수와의 배터리 호흡을 통해 새긴 자신만의 '리드의 정석'을 소개합니다. 정답이 없는 공 배합, 누구도 답을 주지 않는 투수와의 관계에 대해 얘기합니다. 포수가 전하는 '인문학'을 소개합니다. 2023.07.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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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7부 신화' 루빅손, K리그에서 써내려가는 또 다른 기적

스웨덴 7부리그에서 시작해 1부까지 오른 루빅손(30·울산 현대)의 ‘기적’이 K리그까지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울산의 개막 6연승 가운데 절반은 그가 결승골을 터뜨렸다. 훈련을 자처할 정도의 열정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울산으로선 새로운 ‘복덩이’ 외국인 선수를 품은 셈이다.지난 1월 울산에 입단하며 처음 K리그에 입성한 루빅손은 개막 후 6경기에 모두 출전해 4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선발로 나선 건 2경기인데, 공격 포인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동계 훈련 땐 몸이 좋지 않아 시즌 준비조차 늦었다는 점에서 눈부신 초반 페이스다.4골의 순도가 높다. 울산이 거둔 6승 가운데 3승은 루빅손의 결승골로 결실을 맺었다. 개막전 전북 현대와 ‘현대가 더비’에서부터 교체 투입 10분도 채 안 돼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지난달 수원FC전 3-0 승리의 발판이 된 선제골 역시 루빅손의 몫이었다. 지난 8일 수원 삼성전에서도 선제골과 결승골 등 멀티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선발 출전이 2경기일 정도로 출전 시간이 많지는 않아 슈팅 수 자체는 적다. 그런데 그 슈팅 기회를 날카로운 위치에서 만들고, 그 기회를 골로 연결시키는 결정력이 탁월하다. 루빅손은 6경기에서 9개의 슈팅만으로 4골을 만들었다. 슈팅은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서 시도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받을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거나 페널티 박스 안까지 직접 드리블한 뒤 슈팅을 시도한다는 의미다. 기대 득점(xG)은 1.45인데 무려 4골을 만들어냈다. 득점/xG는 무려 2.76, xG가 1.3을 넘는 선수들 가운데 1위다.비단 그라운드 안에서만 값진 골을 터뜨리는 선수는 아니다. 팀 훈련이 쉬는 날인데도 코치진에 직접 훈련을 자청할 정도다. 구단 관계자는 “최근 월·화요일이 휴무였던 날이 있었는데, 루빅손이 먼저 이케다 세이고(일본) 코치에게 ‘제주전에 10여분 밖에 못 뛰었으니까 훈련에 나가고 싶다’고 얘기했다”며 “결국 (쉬는 날)홍명보 감독님까지 불러냈다. 다 같이 훈련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선수다. 그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실력과 열정을 돌아보면 스웨덴 7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1부리그까지 오를 수 있었던 기적도 설명이 된다. 그는 2011년 7부에 속해 있던 외르니케 IF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차근차근 상위리그로 승격했다. 하부리그는 축구와 생업을 병행하다 보니 신문 배달과 스포츠 용품 판매 등을 하면서도 끝내 1부까지 오르는 기적을 썼다. 나아가 K리그에서도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구단 관계자는 “루빅손을 보면 ‘바른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한 경기 한 경기 뛸 때마다 최선을 다하자는 마인드에, 말한 것에 대해 자신감과 믿음이 있다”며 “공격에서도 날카로운 기회를 만들고 득점 순도도 좋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고 전했다.김명석 기자 2023.04.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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